Emerging Space: 서울 봉천동 실린더(Cylinder)

SuperGlue는 아직 많은 조명 받지 못한 수많은 아티스트들과 함께 상생하고자한다. 그런데 이러한 SuperGlue의 마음과 결을 같이하는 공간이 서울 봉천동에있다. 작가 노두용이 운영하는 아티스트런스페이스 실린더(Cylinder)이다. 2020년 개관한 실린더는 개관 이후 다양한 형태로, 다양한 작가들과의 전시를 이어오고있다. 이러한 다양한 예술의 가치를 믿는 실린더를 이번 기사에서 소개하고자한다. 이를 위해 작가 노두용이 아닌 실린더를 운영하는 ‘운영자’ 노두용과의 인터뷰가 아래 이어진다.

Cylinder, Bongcheon-dong, Seoul, Korea.

SuperGlue(SG): 이번 인터뷰에서 본인을 어떻게 소개하고싶나. 작가? 디렉터? 그 정의로 인터뷰를 이어나가고싶다.

노두용(DY): 실린더를 운영하는 운영자 노두용이 좋겠다.

SG: 그러면 이번 인터뷰에는 실린더의 운영자로서 초점을맞춰 소개하겠다. 먼저 실린더라는 공간을 만들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DY: 2020년 한국으로 돌아오기 전에 4년동안 영국에서 시간을 보냈다. 처음간 2년동안은 아무것도 하지않으면서 그냥 친구들과 술마시며 놀기도하고, 갤러리에서 인턴도하고 흐르는대로 시간을 보냈다. 본인들을 알콜중독자라 칭하며 하루하루 살아가는 친구들이었는데 항상 사람을 대할때 그 사람 자체의 가능성을 보고 사람을 대하는 좋은 친구들이었다. 찬란한 시간을 보냈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다 영국에서 석사에 지원을했는데 덜컥 돼버린거다. 그래서 얼떨결에 학교에 다니게 되고 또 다른 생활을시작했다. 그런데 학교생활은 이전의 영국생활과는 너무 달랐다. 정말 격없이 사람대 사람으로서 나를 대해주던 친구들과 달리 학교에서는 알게모르게 계급화된구조도 보이고, 내가 본격적으로 외국인이구나라는 마음을 느꼈다. 그 벽을 깨부수고자 노력도했지만 그 노력이 지칠때가있었고, 내가 아무리 노력을해도 어쩔수 없는 이방인이으로서 가장자리로 몰아지는 기분을 학교에서 많이 느꼈다. 그래서 그런 기분에 많이 지쳐있던 상태였다. 

하지만 영국에서 살아왔던 4년간의 관성을 잃어버리고 싶지않았기에 한국으로 돌아올 생각은 하지 않았다. 그래서 석사를 졸업하고 비자문제를 해결하기위해서 많이 애썼다. 친구들이 많이 도와준 덕에 한 갤러리로부터 비자를 서포트해주겠다는 제안을 받았다. 그래서 한국에 짐을 싸러 왔는데 그 사이에 코로나가 심해져서 모든 계획이 물거품이 되어버린거다. 오랜 시간동안 노력한게 물거품이 되니 이도저도 못하는 그 후유증이 참 오래갔다. 그런데 한국에서의 상황도 쉽지는 않더라. 4년간에 공백때문인지 한국에서도 내가 들어갈 구멍을 만들수 없겠다는 판단이들었고, 그때 근원적인 쓸쓸함을 많이 느꼈다. 그렇게 한국에서 스스로 훌륭하게 격리를 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오히려 혼자 지내는 상황에 편안함을 많이 느꼈다. 그러던 와중 뭔가잘못되었다는 생각이 계속 들더라. 남들은 자가격리가 너무 힘들다던데 나는 스스로 혼자 집에서 너무나도 잘 지내고있다보니까 이걸 깨기위해 뭐라도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그래서 공간운영에 관한 생각을 실천해보기로 했다. 공간운영에 관한 생각은 2019년도부터 언젠가 내 작업이 안정되면 한번은 해봐야겠다는 생각은 했었다. 이름도 여러개의 후보를 두고 언젠가 공간을 만들어보겠다는, 하나의 미약한 가능성으로 남겨두고있었다. 작업을 하는것도 좋고 보는것도 좋은데구성해보는것에 도전해보고싶었다. 그래서 기존에 개인 작업실로 구해놨던 지금의 실린더 자리를 공간으로 한번 운영해봐야겠다는 생각을 느꼈다. 원래는 헬스장과 가까워서 구해놨던 공간인데 코로나때문에 헬스장도 닫고, 작업을 할 일도없고 월세만 계속 나가다던 상황이었다. 그래서 이 공간을 한번전시공간으로 만들어보고 작동이되면 쓰고 안되면 그냥 좋은 작업실로 쓰자라는 생각으로 공간을 만들었다.

SG: 그럼 실린더 라는 이름의 뜻은 무엇인가.

DY: 작업을할때 항상 작품에대한 근거와 이유가필요했고 그거에대한 환멸도 있었다. 그래서 단순히 자동차를 좋아하고 이름도 쿨하기도해서 실린더라는 이름을 지었다. 실린더가 원통형의 모양이지만 사각형 실린더가 있을수도있지 뭐 어때 라는 가벼운 마음으로 이름을 결정했다.

Cylinder, Bongcheon-dong, Seoul, Korea.

SG: 소속감에 대한 결핍을 많이 느꼈다고하는데 그럼에도 어디에 소속 되기를 선택하지 않고 스스로 독립적인 공간을 만들었다. 어디에 소속 되고자 갈망하는 마음과는 모순된 선택같다.

DY: 내가 어디에 있던간에 속하지 못한다는 느낌과 위협받는 감정을 계속느낀다면 아예 쌩뚱 맞은 곳에 나만의 공간을 만들자 생각했다. 그 공간 안에 있을때 만큼은 내가 작업을하던, 전시기획을 하던 나의 영토니까 다른사람들의 간섭을 받지않을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내가 설수있는 공간, 집단 아닌 집단, 내가 속할수있는 피지컬한 장소, 사각형 공간안에서 발생하는 나만의 가상의 소속감을 통해서 뭔가를 지속적으로 할수있지 않을까하는 지속감을 느끼고싶었다. 내 소속감을 내스스로 만들어내는 공간을 만든거다. 

SG: 그렇게 탄생한 실린더의 정체성은 무엇인가.

DY: 전시공간으로서 그리고 갤러리로서 모두 작동을하고싶다. 대안미술도하고 상업미술도하는 그런 공간말이다. 이런말을하는건 참 쉽다. 비엔날레 스타일의미술, 상업적인 것, 쇼케이스 등등 이것저것 다 한다는말이 쉬운말이기도하고 무책임한 말일수도 있는데 그걸 못할 이유는 없고 못할것도 없다는 생각이든다.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이 없는 사람인데 이부분에 대해선 알수없는 근자감이 있다. 그래서 올해가 어떻게보면 실린더의 그 정체성을 확립하는 시기가 될것같다. 

SG: 그렇다면 다양한 정체성을지닌 실린더의 첫번째 전시는 어떻게 이루어졌나. 

DY: 실린더를 만들기로 결정하고 온라인으로 디그리쇼를 보다가 맘에드는 작가들에게 무작정 컨택했다. 그 중 한명이 그리스 작가였는데 운좋게 연락이 닿아 전시를 진행하기로했다. 그렇게 첫번째 전시를 기획하고 공간을 작업에 들어갔다. 그런데 부실공사 때문에 바닥이터지고 난리가 났다. 그런데 아무도책임을 지려고하지않더라. 바닥공사때문에 기존에 기획한 전시는 어그러지고 내 스스로 바닥 공사를 수리하고있더라. 쉽지않구나 생각했다. 그러던 와중에 이원우 작가에게서 연락이왔다. 공간을 만들고있다는것을 알고 실린더에서 전시를 할수없냐는 제안을 했다. 그런데 바닥이 엉망이지않느냐 그래서 일단 와서 바닥을 보고 판단 하시라고 했고 이원우 작가가 공간을보고 전시를 진행하겠다고 해 실린더에서의 첫번째 전시가 기획됐다. 그렇게 우여곡절끝에, 그리고 운좋게 첫번째 전시가 탄생했다.

Torque1/ Gear Shift, Exhibition Poster, Cylinder, 2021. Courtesy of Dooyong Roo.

SG: 첫 전시 이후의 전시들은 어떻게 이루어졌는지 궁금하다. 특히 임재균, 이종환, 정은빈 작가의 졸업작품을 다뤘던 전시가 개인적으로 인상깊었다. 

DY: 물론 운이 좋았던거지만 생각보다 실린더가 공간으로서의 인정을 일찍 받았구나라는 마음이 생겼다. 그래서 이 공간을 제대로 작동시키기위해 21년의계획을 짜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렇게 2월 전시를 기획했는데 그때 졸업자들의 졸업작을 다루고싶었다. 아마 작가로서의 나의 경험이 가장 큰 원인이었던거같다. 내가 졸업전시했을때 작품이 그저 한번 쓰여버리고 버려지는, 효용가치없이 소멸되어버리는것들이 너무 아쉬웠다. 나의 개인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계획된 전시였다.

Jaegyun Lim, Jonghwan Lee, Eunbeen Jung, Torque1/ Gear Shift, Cylinder, 2021.

SG: 아주 좋은 취지의 프로젝트라고 생각한다. 그러면 이 프로젝트를 계속 끌고나갈 생각이 있나.

DY: 그렇다. 이 토크시리즈를 계속해서 이어나가고자하는 계획이있다. 그리고 매년의 프로그램으로 끌고나가고자 하는것도 작가로서 나의 자전적인 경험들이반영되어서 그런거같다. 사실 14년도에 졸업했을때 상을받았다. 그런데 전시를할 공간이 없더라. 다들 말로는 작품이 너무 좋다고하면서 아무도 나랑 전시를 하려고 해주지 않더라. 그땐 어려서 그말을 곧이곧대로 믿었다. 물론 상을받아서 내 작품이 학교에 매입되었다고는 하지만 실제 내 작품이 씬에서작동하는지 그거를 확인할 방법이 없더라. 이러한부분들을 지금 학교를 졸업하는 작가들도 분명히 느낄것 같고 그러한 부분에서 약간 서포트한다는 느낌으로 프로젝트를 이어나가고싶다. 보통 매년 졸업작품 전시회들이 12월쯤에 열리니까 그때 함께하고싶은 작가를 선정하고 한두달의 기획단계를 거쳐매년 2월쯤에 정기적으로하고싶다. 실린더가 수용할수있는 맥시멈 작가수는 3명이라고 생각을하기때문에 그 범위 안에서 매년 졸업작품 토크 프로젝트를 이어나가고싶다. 

SG: 얘기를 듣다보니 기존 작가로서의 입장이 공간을 운영하는데 반영이 안될수는 없는 것 같다. 그럼에도 작가와 공간을 운영하는 운영자로서의 차이가있나.

DY: 똑같은 작업을 대하는데 내스스로의 작품을 관망하는거랑 다른 작가들의 작품을 관망하며 기획하는거에있어서 차이가 있다. 개인적으로 심미안이 좋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작품을 볼때 작품이 가지고있는 모습을 바라볼때 내 작업에 적용을시키면 쉬울거 같다는 생각이드는데 쉽지가 않다. 모든 심미안들이 사라지기도하고, 때로는 너무 잘 발동해 내 작품을 스스로 너무 많이 기각시켜버린다. 이런 어려움을 알기때문에 아티스트런스페이스들이 조금더 작가의 입장에 서서 그들을 대변해줄 수있다는 믿음이있다. 사실 아직 실린더가 그런지는 잘 모르겠다. 그래도 작가들에게 서포티브한 형태로서 실린더를 운용하고자 하는 마음은 굳게 가져가고자한다. 내스스로 작가로서 활동할때의 실패감을 너무 많이 느꼈기 때문에 실린더에서 전시하는 작가들에게는 아티스트의 편에 조금이라도 더 서고자 한다. 

SG: 작품을 선택하고 작가를 선정할때의 기준이 궁금하다. 특히 해외작가를 한국에 소개할때, 한국 작가를 해외에 소개할때의 기준점이 무엇인가.

DY: 생각보다 단순하다. 뭐 어떠한 기준점을 잡으려고하지않고 작품이 좋다 안 좋다를 직관적으로 판단한다. 작품을 봤을때의 순간적인 직관을 믿는편이다. 그래서 외국작가의 경우에는 오히려 작품을 선정하기가 더 쉽다. 그들의 출신이 하나도 중요하지 않기때문에 그저 작품만 볼수있다. 물론 내가 영국에서생활을 했기 때문에 내가 좋아하는작가, 그리고 현실적으로 네트워크가 더 용이 한 작가들은 영국생활에 연관된 작가들이기는 하다. 하지만 작가가 작품을 대하는 태도가 진심인지 아닌지를 더 우선적으로 살핀다. 작품만 좋다면 그 작품에 관한 스토리는 공간을 운영하는 저와 작가가 얼마든지 신뢰감을형성하며 만들어낼수있는거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오로지 작품이지닌 느낌만 바라보고 결정한다. 

SG: 그러면 한국작가들의 경우는 어떠한가. 영국생활을 경험했기 때문에 외부에서 한국미술을 보는시선이 내부에서만 바라보는 시선과 다를 것 같다. 예를들어 여전히 유로센트릭한 관점에의해 한국미술이 그들의 선택을 받는다던지, 요즘은 그렇지 않은것 같다던지. 그러한 경험들이 실린더에서 한국작가들을 선정하는데 영향을주나. 

DY: 해외에서 한국작가가 소개될때 이미 진화된 형태의 무언가를 지닌 그들이 열등한 형태의 아시아미술을 소개해줄게 라는 느낌을 항상받는다. 그러한 부분을 나 스스로도 많이 느껴왔다. 그래서 오히려 상업적으로 커머셜하게 접근하는게 그러한 유로센트릭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소개할수 있는 방법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래서 좀더 지역에 상관없이 사람들의 보편적인 이야기를 가지고 그런 감정선을 다루는 작품들을 선호한다. 한국에서의 정체성을가지고내추럴 본 한국인을 강조하면서 역사성을 강조하는 얘기를 대놓고 하기보다는 그냥 보편적인 얘기를하더라도 좀 더 진실된 이야기를 하는 작가들을 소개하고싶다. 혹은 한국적인 이야기를 담고있더라도 아주 은밀한 방법으로 그걸 숨겨서 표현하거나, 유쾌한방법으로 무겁지않게 이야기하는 작가들을 선호한다. 좀 가벼워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SG: 그렇다면 실린더의 목표는 무엇인가

DY: 느슨해진 한국힙합에 긴장을 주러왔다는 밈이 있지않나. 그게 요즘 나에게 가장 큰 키워드이다. 한국미술이 획일화된 부분이 있다고 생각하는데 그 부분에 있어서 균열을 주고싶다. 미술이라는것이 참 다양한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작가도, 미술을 좋아하는 대중들도 자신이 좋아하는 슬롯에 맞게 그 슬롯에서 활동을하고 감상을하는게 필요하다고 생각이드는데 과연 현재 한국미술이 그러한 다양한 슬롯을 담고있는지는 의문이다. 누군가는 오나먼트를 좋아하고, 누군가는 풍경회화를 좋아하고, 각 저마다의 선호가 있지않느냐. 작가입장에서 자신이 원하는 슬롯에서 그것에 대한 작품을 만들어 낼다양성, 대중입장에서는 자신이 원하는 슬롯의 작품들을 다양하게 경험할수있는 그런 환경이 조성되야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한국미술은, 특히 해외에한국미술을 가지고나가는데 있어서는 더 획일화된 상태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그 느슨해진 분위기에 실린더로 긴장을 좀 주고싶다. (이게 가능하다면)

Poster of Kim Minhee's Solo Exhibition, Cylinder, 2021. Courtesy of Kai Oh

SG: 그 가능성을 응원한다. 마지막으로 실린더가 담아낼 앞으로의 계획은 어떻게 되나.

DY: 아마 다음달 전시부터가 본격적으로 실린더의 정체성을 확장시키는 전시가 될것같다. 6월 김민희 작가의 개인전이 기획되어있다. 그리고 전시 시기에 맞춰 한남동 블루스퀘어에서하는 프리뷰아트페어에 김민희 작가와 함께 나간다. 앞서말했듯이 올해가 실린더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시기가 될것같다. 그럼 안녕! 

느슨해진 한국미술에 긴장을 줄 실린더(Cylinder)의 가능성을 SuperGlue는 진심으로 응원한다. 앞으로의 실린더와 실린더의 운영자 노두영의 행보에 주목해달라.

@cylinder_______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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